엄마가 된 게 우울했어요.
나 스스로도 책임지기 힘든데 내가 누굴 어떻게 책임지냐던,
식당에서 꺅꺅 소리 지르며 뛰어다니는 아이들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던,
그러던 제가 엄마가 됐지요.
어떤 큰 결심이 섰거나 생각이 바뀌었던 건 아니었고
늦은 나이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고 아이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었기에
자연스럽게 흘러가듯 엄마가 됐어요.
모든 엄마가 그럴테지만 아기는 정말 예뻤어요.
그렇지만 낳고보니 그 두려움이 현실이 돼있더군요. 상상 그 이상이었어요.
거의 쉼 없이 직장생활을 하던 나에게 휴직이라니! 무얼 할까라는 어리석은 생각을 잠깐 했던 적도 있었던 것 같은데
(미쳤었나 봄...)
아기랑 하루 종일 있자니 이건 직장에서의 정신적 노동에 더해 육체적 노동에까지 시달리는 시간이더군요.
어린이집 걱정부터 야근 많은 직장으로 복직, 손이 많이 간다는 초등학교 저학년, 학원, 입시...
육아라는 끝없는 굴레에 갇힌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육아라는 굴레에 나를 가둔 건 누구일까?
아기가 태어났을 때 아기를 위해서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 세상 어떤 존재보다 내 영향을 가장 밀접하게 고스란히 받는 존재는 바로 아이니 까요.
그렇지만 주변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자신이 없어졌어요.
시가에서는 아기가 한 살이 되기 전에 어린이집을 가냐며 너무 이른 것 아니냐고, 아기가 울면 아기가 어린이집 가서도 저렇게 울겠다며 한소리를 했죠.
뉴스에서 산후도우미가, 어린이집 선생님이 아이를 학대하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복직이 두려웠어요.
친정엄마에게 아이를 맡기는 워킹맘인 친구는 자기는 항상 죄인이라 했어요.
육아서에서는 양육자의 삶은 없었죠. 뼈를 갈아 넣어야만 아기가 잘 성장할 것만 같았어요.
모든 짐은 엄마에게만 지어지는 것 같았어요. 아기가 잘 성장하기 위해선 엄마의 '희생'이 당연히 전제가 되어야 한다고 국가와 사회, 내 주변에서 모두가 말하고 있었죠.
나는 이제 더 이상 '나'가 아닌 '엄마'로 변신한 것 같았어요.
우울했고 또 우울했어요. 나를 잃어버린 것 같았거든요. 그냥 내 인생은 이제 엄마로만 살아야 될 것 같았죠.
사회가 그러라고 한 것 같았지만 사실은 나조차도 자신이 없어진 거지요.
한 사회가 여성을 무시하고 모성만 강조할 때,
그 사회의 여성 인력은 결국 자신의 성취감을 모성 속에서 찾아낼 수밖에 없다.
전업맘은 점점 더 과도한 모성과 경제력을 요구하는 이 전투장에서 극도의 무력감을 느낍니다. 온종일 아이와 밀착되어 있지만 아이의 최대치를 쥐어짜는 악역을 맡아야 하고, 느긋하고 인간적인 가족의 시간을 확보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가 되지요. 그렇게 울며불며 20년 동안 키워놓아도 역대 최악의 청년 실업이 기다립니다.
직장맘 역시 엄청난 무력감을 느낍니다. 집으로 회사로 어린이집으로 동동거리며 8년 만에 학교에 넣어놨더니, 이제부터야말로 본격적으로 애한테 매달려야 한다네요. 아이를 좀 내려놓고 허약해진 커리어를 복구해야 할 시점에, 고작 애 옆에 붙어서 받아쓰기 봐주라고 회사를 그만두게 하는 겁니다.
이해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공부는 학교가 시켜야지요. 그러라고 국민들이 열심히 일해서 세금을 내는 거잖아요. 일해서 세금은 세금대로 내고 사교육비는 사교육비대로 내고 집에선 집에서 대로 애 공부를 봐주라니... 직장맘은 몸이 세 개인가요?
그런데 육아는, 알고 보니 새로운 성장의 기회
사람들은 엄마들에게 '끝났다'라고 쉽게 말합니다. 이제 혹이 달렸으니 재미는 다 봤다고. 여행 같은 건 생각도 말라고. 천만에요. '엄마'라는 자리는 제대로 여행하는 법을, 제대로 세상과 관계 맺는 법을, 월반하듯 깨치게 해주는 자리입니다.
여행만 엄마들을 월반시킬까요? 임신, 출산, 육아라는 강도 높은 '인생 수업'과정에서 엄마들은 어마어마한 인류애적 성장을 합니다. 넓어지고 깊어지고 따스해지죠. 그 성장은, 엄마가 이후에 무슨 일을 하든 거대한 자산이 되어 줍디다.
생각해보니 나는 참 나밖에 몰랐어요.
아기를 낳고 보니 많은 것이 보이더라고요.
엄마처럼은 살지 않을 거라고 했는데 엄마처럼은 살지 못하는 거였어요.
새삼 부모님이 대단해 보이고 부모가 돼도 부모의 마음은 차마 헤아릴 수 조차 없더라고요.
공부 잘하는 첫째, 아들인 막내한테 끼인 둘째라 사랑을 받지 못해 종종 거리던 아이였는데
이제는 아기 덕분에 사랑을 주는 방법을 배워가더라고요.
내 인생의 모토는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자' 였는데
이제는 '나와 내 자식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 싶은 생각도 생겼어요.
육아는 내 인생의 새로운 기회더군요.
나는 육아로 성장해가고 있는 중이었어요.
나를 찾는 법을 알려주는 책
대한민국 모든 엄마들은 분명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거예요.
엄마와 나 사이에 균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 중일 거예요.
이 책은 그런 엄마들에게 위로와 솔루션을 동시에 주는 책이에요.
미혼시절에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라는 책을 너무 좋아해서 읽고 또 읽었었죠.
썸 탈 때, 사랑에 빠졌을 때, 사랑이 식었을 때, 헤어졌을 때,
여러 상황에서 이 책을 꺼내 읽었을 때 그때마다 그 상황에 맞는 다양한 재미와 깨달음을 주는 책이었어요.
<엄마의 20년>도 그런 책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이제 막 출산을 한 엄마에게도, 사춘기 아이들 때문에 힘들어하는 엄마에게도,
그 상황에 맞는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책이 틀림없어요.
아직도 갈 길은 멀지만 한걸음 떼 보려고 합니다.
아직 아기는 8개월, 갈 길은 멀어요.
그럴 때마다 이 책을 보면 때로는 위로를 때로는 솔루션을 얻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만의 세계를 가꾸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깨치게 됩니다. 가족은 한 몸, 한 덩어리가 아니라는 걸, 가정은 서로 완전히 다른 개 서울 지는 구성원들이, 낮 동안 각각 다른 곳에서 자신에게 걸맞은 활동을 하다가, 저녁이면 한 곳에 쉬로 모이는 품이라는 걸. 우리는 다만 그 어울림이 따사롭게 조화롭게 되도록 노력할 따름입니다. 자신만의 독립적인 세계를 가짐으로써 다른 가족 구성원들의 독립성도 정중하게 받아들이는 거죠.
육아는 가치관이나 인생을 대하는 태도들에 대해 재정비하는 시기인 것 같아요.
이런 혼란스러운 시기에 보면 좋을 책이에요.
생각이 많아 정리가 덜 된 리뷰 마칩니다.
#육아는나의성장
#엄마가어떤 사람인지가가장중요하다
'개인생활 >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북리뷰] 리더십은 개뿔_일에 관한 9가지 거짓말 (0) | 2020.07.10 |
---|---|
[북리뷰] 작은 의견이라도 들어주는 조직 <두려움 없는 조직> (0) | 2020.06.12 |
[북리뷰] 책을 보긴 봤는데 기억이 잘... <아웃풋 트레이닝> (0) | 2020.05.25 |
[북리뷰] 나의 정신건강을 위한 선택 <뉴스다이어트> (0) | 2020.05.23 |